에어컨 설치기사 월급 제대로 보는 방법, 성수기 수입만 믿으면 안 됩니다

얼마 전 이사 견적을 보던 고객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에어컨 설치기사 월급이 월 1천만 원이라던데, 그래서 설치비가 이렇게 비싼 거냐고요. 현장에서 12년 동안 설치·수리 견적을 봐온 입장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빠진 말입니다. 월 1천만 원을 찍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매달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라고 보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에어컨 설치기사 월급은 고정급과 건당 수입을 나눠 봐야 합니다
에어컨 설치기사 월급을 볼 때 제일 먼저 나눌 것은 회사 소속인지,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인지입니다. 같은 에어컨을 달아도 돈 들어오는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회사 소속 기사는 보통 월급제로 움직입니다. 고용24 같은 채용공고를 보면 에어컨 설치·유지관리 경력자를 월 250만~300만 원 선에서 구하는 공고가 꽤 있습니다. 신입이나 보조는 월 220만~280만 원, 1~3년 차 설치 가능자는 월 280만~350만 원, 혼자 벽걸이·스탠드·투인원까지 처리하는 기사는 월 350만~450만 원 정도를 많이 봅니다.
여기에 성수기 인센티브가 붙으면 월 400만~600만 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건 5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물량이 몰릴 때 이야기입니다. 비수기에는 설치보다 이전, 철거, 청소, 점검, 보일러나 가전 설치 보조로 일을 섞어야 월급이 유지됩니다.
월 1천만 원 이야기는 매출인지 순수익인지 따져야 합니다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는 숫자가 확 커집니다. 성수기에 하루 4~7건을 돌고, 건당 설치비와 배관 연장, 앵글, 타공, 위험 작업비까지 붙으면 월 매출 800만~1,500만 원도 나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자주 착각합니다. 매출과 월급은 다릅니다.
개인 기사는 차량을 굴려야 하고, 공구를 사야 하고, 배관·전선·드레인호스·앵글 같은 자재를 먼저 들고 다닙니다. 유류비, 주차비, 카드 수수료, 광고비, 플랫폼 수수료, 보조기사 인건비도 빠집니다. 사다리차나 고소 작업 장비를 부르면 그것도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성수기에 월 매출 1,200만 원을 했다고 해도 자재비와 보조 인건비, 차량 유지비, 광고비가 350만~500만 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실제 손에 남는 돈은 700만~850만 원 선이 됩니다. 물론 이것도 높은 수입입니다. 하지만 매달 반복되는 월급 850만 원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9월 이후 물량이 꺾이면 월 순수익이 250만~400만 원대로 내려가는 기사도 흔합니다.
소비자가 내는 설치비가 기사 월급으로 그대로 가지 않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벽걸이 에어컨 설치비 15만 원, 스탠드 이전 설치 30만 원, 투인원 설치 45만 원 같은 금액을 보면 기사 한 명이 하루 몇 건만 해도 많이 벌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견적서 안을 보면 빠지는 돈이 많습니다.
- 기본 설치비: 실내기·실외기 설치와 기본 배관 일부 포함
- 배관 연장비: 1m당 추가되는 동관·보온재·전선 비용
- 앵글 설치비: 실외기 거치대 자재와 시공비
- 타공비: 벽 두께, 콘크리트 여부, 기존 구멍 유무에 따라 차이
- 냉매 보충비: 누설 여부와 제품 상태에 따라 발생
- 위험 작업비: 난간, 외벽, 고층, 사다리 작업에서 붙는 비용
여기서 플랫폼이나 대리점이 중간 접수를 맡으면 기사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소비자 결제액보다 줄어듭니다. 반대로 개인 기사가 직접 고객을 받으면 마진은 커지지만, 상담·일정 조율·하자 대응·광고를 전부 본인이 떠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설치비가 비싸다”보다 “어떤 항목이 포함됐고 누가 책임지는 구조냐”를 봐야 합니다.
초보가 바로 많이 벌기 어려운 이유
에어컨 설치는 힘만 쓰는 일이 아닙니다. 배관을 꺾는 각도, 진공 작업, 배수 경사, 실외기 위치, 전기 연결, 누수 확인까지 틀리면 바로 하자로 이어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분쟁도 대부분 여기서 나왔습니다. 물이 샌다, 냉방이 약하다, 실외기가 흔들린다, 벽지가 젖었다, 배관 구멍 마감이 엉망이다 같은 문제입니다.
초보는 보통 보조기사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자재 나르고, 기존 배관 철거하고, 타공 보조하고, 실외기 위치 잡는 일을 배웁니다. 이 단계에서는 월 220만~280만 원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혼자 설치를 맡기까지 빠르면 한 시즌, 보통은 1~2년 걸립니다. 특히 투인원, 시스템 에어컨, 상가 천장형은 난도가 다릅니다.
자격증이 무조건 월급을 올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공조냉동 관련 자격, 전기 기본 지식, 운전 가능 여부, 고소 작업 안전교육 이력은 채용이나 단가 협상에서 유리합니다. 현장에서는 “자격증 있냐”보다 “하자 없이 하루 몇 건을 처리하냐”를 더 세게 봅니다.
월급을 볼 때 꼭 확인할 조건
구직자라면 채용공고의 월급 숫자만 보면 안 됩니다. 같은 월 300만 원이라도 근무 조건이 다르면 실제 체감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주 5일인지, 성수기 토요일 근무가 기본인지
- 유류비와 식대가 월급에 포함인지 별도 지급인지
- 차량을 회사가 주는지 개인 차량을 써야 하는지
- 자재비를 회사가 부담하는지 기사에게 일부 전가되는지
- 하자 발생 시 재방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 건당 인센티브 기준이 설치 완료인지 고객 결제 완료인지
특히 “월 500 가능”이라는 문구는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가능하다는 말은 평균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성수기 풀근무, 장거리 이동, 주말 근무, 위험 작업까지 다 포함한 최대치일 수 있습니다. 면접에서는 최근 3개월 실제 지급 사례를 물어보는 게 낫습니다. 기본급, 평균 인센티브, 비수기 월급을 따로 들어야 숫자가 보입니다.
소비자도 기사 월급 구조를 알면 견적을 덜 당합니다
이 이야기가 구직자에게만 필요한 건 아닙니다. 소비자도 에어컨 설치기사 월급 구조를 알면 견적을 더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설치비가 너무 낮으면 어딘가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본 설치비만 싸게 부르고 현장에서 배관, 앵글, 냉매, 타공, 위험 작업비를 하나씩 붙이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견적을 받을 때는 “총 얼마예요”보다 “기본 배관 몇 m 포함인가요”, “앵글은 포함인가요”, “타공 1회 포함인가요”, “냉매 보충 기준은 뭔가요”, “하자 보수 기간은 며칠인가요”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면 싸도 불안합니다.
제 경험상 좋은 설치기사는 무조건 싼 금액을 말하지 않습니다. 현장 사진을 요구하고, 실외기 위치를 묻고, 배관 길이를 계산하고, 추가금 가능성을 먼저 말합니다. 듣기에는 까다로워 보여도 나중에 싸움이 적습니다. 에어컨 설치기사 월급도 결국 이 구조 안에 있습니다. 기술 좋은 사람이 제대로 받고, 소비자는 빠진 항목 없이 계약하는 쪽이 서로 덜 피곤합니다. 싸게 시작해서 현장에서 얼굴 붉히는 견적은 오래 봐도 좋은 거래였던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