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 티비 파손과 추가금 줄이는 방법

얼마 전 견적서를 봐드린 집이 있었는데, 75인치 티비가 이사 당일에야 “별도 작업”으로 잡히면서 18만 원이 추가됐습니다. 고객은 포장이사라서 당연히 티비도 포장하고 옮겨주는 줄 알았고, 업체는 대형 가전 특수 포장은 별도라고 말했죠. 둘 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견적서에 티비 항목이 따로 없었다는 겁니다.
이사 티비 문제는 생각보다 자주 터집니다. 화면이 깨지는 파손도 있고, 벽걸이 해체와 재설치 비용 때문에 말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65인치 이상, OLED, QLED, 곡면형, 벽걸이 설치 제품은 그냥 큰 짐 하나로 보면 안 됩니다. 견적 받을 때 티비를 따로 물어봐야 추가금과 분쟁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이사 견적에서 티비를 따로 봐야 하는 이유
일반 포장이사 견적은 큰 틀에서 인원, 차량, 사다리차, 거리, 짐 양으로 잡습니다. 그런데 티비는 크기보다 위험도가 비용을 만듭니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외관 흠집이 문제인 경우가 많지만, 티비는 화면 한 번 눌리면 수리비가 물건값에 가깝게 나옵니다.
제가 현장에서 자주 본 기준은 이렇습니다. 55인치 이하 스탠드형 티비는 기본 포장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65인치부터는 전용 박스나 에어캡 보강을 따로 말하는 업체가 늘어납니다. 75인치 이상이면 인원 2명이 따로 잡히거나 특수 포장비가 붙는 경우가 많고요. 85인치급은 엘리베이터 크기, 복도 폭, 사다리차 가능 여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문제는 업체마다 “기본 포함”의 범위가 다르다는 겁니다. 어떤 곳은 티비 포장까지 포함하지만 벽걸이 해체는 안 합니다. 어떤 곳은 해체는 해주지만 새집 설치는 설치기사가 와야 한다고 합니다. 견적이 10만 원 싸다고 좋아했는데, 티비에서 15만 원이 붙으면 싼 견적이 아니게 됩니다.
견적 받을 때 꼭 물어볼 항목
이사 티비 견적은 “티비도 옮겨주시죠?”라고 물으면 부족합니다. 그렇게 물으면 대부분 “네”라고 답합니다. 대신 포함 범위를 쪼개서 확인해야 합니다. 말로만 듣지 말고 문자나 견적서에 남기는 게 좋습니다.
- 티비 크기와 모델: 55인치, 65인치, 75인치처럼 대략 말하지 말고 실제 인치를 알려야 합니다.
- 설치 형태: 스탠드형인지 벽걸이형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 해체 포함 여부: 벽걸이 브라켓 분리, 선 정리, 셋톱박스 분리까지 포함인지 봐야 합니다.
- 재설치 포함 여부: 새집 벽걸이 설치를 이사업체가 하는지, 별도 설치기사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 포장 방식: 전용 박스, 완충재, 담요 포장 중 무엇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 파손 책임 기준: 운반 중 파손과 설치 중 파손을 누가 책임지는지 나눠서 봐야 합니다.
특히 벽걸이 티비는 해체와 재설치를 하나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해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재설치는 벽 재질을 봐야 합니다. 석고보드, 콘크리트, 대리석, 아트월은 작업 난이도가 다릅니다. 아트월에 타공해야 하는 집은 추가비가 붙을 수 있고, 전세집이면 원상복구 문제도 생깁니다.
추가금이 붙는 대표 상황
이사 당일 추가금이 붙는 티비 사례는 패턴이 비슷합니다. 첫째, 대형 티비인데 사전에 말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고객은 사진에 보였으니 알 줄 알았다고 하고, 업체는 인치와 설치 형태를 못 들었다고 합니다.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견적이 어렵습니다.
둘째, 기존 벽걸이를 새집에 그대로 달 수 없을 때입니다. 브라켓이 맞지 않거나, 새집 벽면이 약하거나, 콘센트 위치가 안 맞으면 추가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 5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가 흔히 나옵니다. 고급 매립 배선이나 아트월 타공은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셋째, 엘리베이터에 안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75인치 이상은 박스나 완충 포장을 한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폭이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사다리차를 써야 하면 지역과 층수에 따라 비용이 별도로 붙습니다. 사다리차는 티비 하나 때문만이 아니라 전체 짐 동선과 같이 계산되니, 이 부분도 견적 단계에서 같이 물어봐야 합니다.
넷째, 원래 박스가 없을 때입니다. 티비는 구매 당시 박스가 가장 안전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버립니다. 전용 박스 대여가 가능한 업체도 있지만, 모든 업체가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여나 특수 포장이 가능하면 비용이 붙더라도 파손 위험을 줄이는 쪽이 낫습니다.
파손 분쟁을 줄이는 확인 방법
티비 파손은 현장에서 바로 티가 나기도 하지만, 설치 후 전원을 켰을 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 전과 이사 후 확인을 나눠서 해야 합니다. 귀찮아도 사진 5장 정도는 꼭 남기는 게 좋습니다.
이사 전에는 화면 정면, 좌우 모서리, 뒷면, 브라켓 체결 부위, 전원 켠 화면을 찍습니다. 화면은 흰색이나 밝은 화면으로 켜놓고 찍으면 멍, 줄, 패널 눌림을 확인하기 쉽습니다. 이사 후에도 같은 각도로 찍어두면 비교가 됩니다.
견적서에는 “티비 운반 포함”보다 더 구체적으로 남겨야 합니다. 예를 들면 “75인치 벽걸이 티비 해체 및 운반 포함, 재설치 별도”처럼 적혀 있어야 나중에 말이 덜 꼬입니다. 재설치까지 맡긴다면 “콘크리트 벽 기준 재설치 포함, 특수 벽면 별도”처럼 조건을 분리하는 게 좋습니다.
파손이 생겼다면 바로 기사에게 말하고 사진을 남겨야 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발견했다고 하면 이사 중 파손인지, 이후 사용 중 파손인지 따지게 됩니다. 업체가 배상보험을 말한다면 보험 가입 여부만 듣고 끝내지 말고 접수 절차와 처리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이 있어도 자기부담금, 감가상각, 수리 가능 여부에 따라 실제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사 전날까지 해두면 좋은 준비
티비 주변 물건은 미리 빼두는 게 좋습니다. 셋톱박스, 공유기, 게임기, 사운드바, HDMI 케이블이 엉켜 있으면 해체 시간이 늘고 분실도 생깁니다. 케이블은 사진을 찍고 라벨을 붙여두면 새집에서 다시 연결할 때 훨씬 편합니다.
리모컨, 전원선, 스탠드 다리, 나사는 작은 봉투에 담아 따로 보관하는 게 낫습니다. 벽걸이에서 스탠드형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면 스탠드 부품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 부품이 없으면 새집에서 당장 세워둘 방법이 없어 난감해집니다.
새집 벽걸이 설치를 생각한다면 관리사무소나 집주인에게 타공 가능 여부를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특히 임대주택, 신축 아파트, 아트월이 있는 집은 못 박는 문제로 뒤늦게 일정이 꼬입니다. 설치기사가 왔는데 타공이 안 된다고 하면 출장비만 나가고 작업은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사 티비는 가격만 보고 넘기면 손해가 커질 수 있는 항목입니다. 티비 한 대 때문에 전체 이사 만족도가 무너지는 집을 많이 봤습니다. 견적서에서 티비 크기, 포장, 해체, 재설치, 파손 책임만 따로 적어도 현장 추가금은 꽤 줄어듭니다. 최저가보다 중요한 건 내 물건이 어떤 조건으로 옮겨지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