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이사 비용과 추가금을 줄이는 방법

얼마 전 원룸 이사를 앞둔 분이 셀프이사 견적 두 장을 보여줬습니다. 한쪽은 18만 원, 다른 쪽은 30만 원이었죠. 싼 견적은 차량 운송만 포함했고, 비싼 견적은 기사 외 작업자 한 명이 짐을 함께 옮기는 조건이었습니다. 12년 동안 이사 견적을 보다 보니 이런 차이는 낯설지 않습니다. 셀프이사에서 먼저 볼 것은 금액보다 내가 직접 해야 할 일의 범위입니다.
셀프이사에서 직접 할 일을 먼저 나누세요
셀프이사라고 해도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차를 빌려 직접 운전할 수도 있고, 차량과 기사만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 짐을 포장하고 내리는 일은 내가 하되 운반 인력을 따로 부르는 경우도 있죠. 같은 셀프이사라는 이름으로 받은 견적이라도 작업 범위가 다르면 가격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짐을 상자로 싸는 사람, 집에서 차량까지 옮기는 사람, 새집에서 들여놓는 사람을 적어 보세요. 기사에게 운반을 부탁할 생각이라면 견적 단계에서 말해야 합니다. ‘기사님이 오시니까 무거운 것 하나쯤은 도와주겠지’ 하고 넘겼다가 당일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차량만 예약한 계약인지, 운반까지 맡긴 계약인지 문장으로 남겨 두는 편이 분명합니다.
혼자 들기 어려운 냉장고나 세탁기, 긴 책장도 따로 표시해야 합니다. 차에 실리는 크기와 사람이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무게는 다른 문제입니다. 에어컨 이전 설치나 세탁기 연결처럼 별도 작업이 필요한 품목은 운송 견적에 포함됐다고 짐작하지 마세요. 작업할 사람과 비용을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견적은 차량보다 짐과 이동 조건에서 달라집니다
짐이 적다고 말했는데 막상 당일 상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일이 흔합니다. 업체에는 큰 가구와 가전의 수량, 예상 상자 수, 분해할 물건을 함께 알려주세요. 방 사진만 보내면 옷장 속 짐과 베란다 물건은 빠지기 쉽습니다. 사진을 보낼 때는 수납공간을 열어 찍고, 버릴 물건은 이사 짐에서 제외한다고 분명히 적는 게 좋습니다.
건물 조건도 비용을 바꿉니다. 출발지와 도착지의 층수, 엘리베이터 사용 가능 여부,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위치, 현관에서 차량까지의 거리를 알려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출발지 앞에 차를 댈 수 없어 짐을 골목 끝까지 옮겨야 한다면, 같은 1층 이사라도 작업 시간이 달라집니다. 엘리베이터 예약이나 사용료가 있는 건물이라면 관리사무소에 먼저 확인해 두세요.
견적을 받을 때는 아래 항목을 한 번에 묻는 편이 빠릅니다.
- 차량 크기와 운행 횟수, 기사와 추가 작업자의 작업 범위
- 출발지와 도착지의 상·하차, 계단 운반 비용 포함 여부
- 포장재 제공 여부와 가구 분해·재조립 가능 여부
- 주차가 멀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때의 추가 비용 기준
- 짐이 예상보다 늘었을 때 적용할 차량·인력·운행 비용
이를테면 18만 원 견적에 상·하차가 빠져 있고 30만 원 견적에는 포함돼 있다면, 두 금액의 차이만 보고 선택할 수 없습니다. 내가 옮길 수 없는 짐 때문에 당일 인력을 추가하면 처음 계산한 예산이 뒤집힙니다. 반대로 짐을 모두 직접 옮길 수 있다면 운송만 맡기는 쪽이 알맞을 수 있습니다.
추가금은 당일 말고 예약할 때 기준을 정하세요
셀프이사 당일 자주 부딪히는 지점은 계단, 짐 증가, 차량 대기입니다. ‘상황에 따라 추가’라는 말만으로는 얼마가 붙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계단 운반은 몇 층부터, 추가 상자는 어느 정도부터, 대기 시간은 언제부터 계산하는지 물어보세요. 답을 받았다면 견적서나 문자에 남겨 두는 게 좋습니다.
예약 전에 출발지와 도착지 관리사무소에 엘리베이터 이용 시간과 차량 진입 조건도 확인하세요. 입주 시간은 오후 2시인데 차량을 오전 11시로 예약하면 대기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새집 앞 도로가 좁아 큰 차가 들어오지 못하면 운반 거리가 늘어납니다. 업체가 현장에서 처음 알게 된 조건이라면 추가 비용을 둘러싼 다툼이 커지기 쉽습니다.
한국소비자원도 소규모 이사에서 방문 견적 없이 계약한 뒤 짐의 양이나 작업 조건을 두고 추가 비용을 요구받는 사례를 안내합니다. 짐이 많거나 큰 가전이 있다면 방문 견적을 요청할 만합니다. 비대면으로 계약해야 한다면 사진과 품목 목록을 보낸 뒤, 업체가 확인한 작업 조건과 총액을 글로 받아 두세요.
파손이나 추가금 다툼이 생기면 기록부터 모으세요
현장에서 약속에 없던 금액을 요구받으면 어떤 작업 때문에 얼마가 추가되는지 먼저 적어 달라고 하세요. 계약 당시 알린 짐과 현장 짐이 실제로 다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서로 말이 다를 때는 견적서, 주고받은 문자, 보낸 사진이 기준이 됩니다. 급한 마음에 구두로만 합의하면 나중에 금액과 사유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물건이 파손됐다면 작업이 끝나기 전에 해당 물건과 주변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현장 책임자에게 파손 사실을 알리세요. 수리 가능 여부와 예상 비용을 확인한 뒤 계약한 업체에 보상을 요청하면 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가 생겼을 때 계약서와 사진 등 증빙을 갖춰 상담이나 피해구제를 신청하도록 안내합니다. 업체와 해결되지 않으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셀프이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맡는 만큼 비용을 아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싸게 부른 견적에 빠진 일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지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견적서에 ‘차량 한 대’라고만 적혀 있으면 짐을 누가 들고, 어디까지 옮기는지부터 다시 묻습니다. 그 답이 분명한 견적이 당일에도 믿을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