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 시공 견적서에서 추가금 걸러내는 방법

얼마 전 같은 집 창호 교체 견적 두 장을 나란히 봤습니다. 한쪽이 200만 원 가까이 쌌는데, 유리 사양과 기존 창 철거비가 빠져 있더군요. 싼 견적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두 업체가 같은 일을 하겠다는 견적은 아니었습니다. 창호 시공은 제품값만 비교하면 현장에서 금액이 달라지기 쉽습니다.
창 크기보다 먼저 교체 범위를 맞춥니다
업체에 견적을 요청할 때는 ‘거실 창 하나’보다 정확한 위치와 작업 범위가 필요합니다. 거실 외창과 내창을 모두 바꾸는지, 기존 틀까지 철거하는지, 틀은 두고 새 창을 덧대는지부터 맞춰야 합니다. 덧대는 방식은 철거 범위가 적을 수 있지만 창을 여닫는 공간이나 마감 모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방식의 가격을 그대로 비교하면 판단이 어긋납니다.
실측 전 전화 견적은 예산을 가늠하는 정도로 봅니다. 같은 폭의 창이라도 벽체 상태, 기존 틀의 고정 방식, 창 밖으로 작업할 공간에 따라 일이 달라집니다. 저는 견적서에 방 이름별 창의 가로·세로 치수, 수량, 열리는 방식, 철거 범위가 각각 적혔는지 확인합니다. 현장 실측 뒤 금액이 바뀐다면 어느 치수나 작업이 달라졌는지도 적어 달라고 합니다.
프레임과 유리 사양을 한 줄로 받지 않습니다
‘고급 창호 일체’라는 문구만으로는 비교가 안 됩니다. 프레임의 제조사와 제품명, 재질, 색상, 창짝 구성은 따로 적혀야 합니다. 유리도 복층유리인지, 전체 두께와 유리 구성은 무엇인지, 로이유리나 가스 충전이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유리 두께가 같아도 구성에 따라 성능과 가격은 달라집니다. 손잡이, 잠금장치, 방충망 역시 기본 포함인지 별도인지 묻는 편이 낫습니다.
단열을 이유로 교체한다면 제품의 열관류율과 기밀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요청합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창 세트의 단열성과 기밀성을 성능 항목으로 다룹니다. 다만 성능이 좋은 제품을 골랐다는 사실만으로 집이 따뜻해지는 건 아닙니다. 창과 벽 사이를 어떻게 채우고 막는지도 시공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추가금이 붙는 자리를 견적서에 표시합니다
가령 A업체가 600만 원, B업체가 720만 원을 불렀다고 해봅시다. A 견적에는 창 제품과 설치만 있고, B 견적에는 기존 창 철거·폐기, 창 주변 마감, 방충망이 들어 있다면 120만 원 차이만 보고 업체를 고를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 업체에 같은 범위로 다시 적어 달라고 해야 비교가 됩니다.
- 기존 창과 유리의 철거·운반·폐기 비용
- 사다리차나 장비 사용 여부와 비용
- 창 주변 몰딩, 도배, 타일, 외벽 손상 부위의 마감 범위
- 방충망, 손잡이, 잠금장치, 실리콘 작업의 포함 여부
- 벽체가 썩었거나 수평이 맞지 않을 때 추가 작업의 판단 기준과 금액
특히 ‘현장 상황에 따라 별도’는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작업 전 사진과 금액을 먼저 알리고 동의를 받는지까지 정해 두는 게 좋습니다. 추가 작업이 필요한 현장도 분명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 거절하는 태도가 아니라 비용과 이유를 확인한 뒤 결정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시공 당일에는 틈과 마감을 직접 봅니다
시공 중에는 프레임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됐는지, 창과 벽 사이가 어떤 자재로 채워지는지, 실내외 실리콘 마감이 끊긴 곳은 없는지 봅니다. 창짝은 여러 번 여닫아 걸리거나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잠금장치가 제대로 맞물리는지, 방충망이 빠지지 않는지도 이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라 누수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외부 접합부 사진을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철거 직후 벽체가 예상과 다르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손상 부위 사진, 필요한 보수 방법, 추가 비용을 확인하고 작업 범위를 다시 남깁니다. 말로만 합의하면 나중에 원래 견적에 포함된 작업이었는지 다투기 쉽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제품 표시와 견적서의 사양이 맞는지도 함께 봅니다.
하자는 증상과 요청 내용을 글로 남깁니다
창이 잘 닫히지 않거나, 잠금이 어긋나거나, 비가 샌다면 업체에 ‘문제가 있다’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방의 어느 창인지,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생겼는지 적고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보냅니다. 방문 점검 날짜와 보수 방법도 문자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받습니다. 제품 자체의 문제인지 설치 부위의 문제인지에 따라 조치가 달라질 수 있으니 원인 설명도 요청합니다.
계약서에는 하자 접수 연락처, 무상 보수 범위와 기간, 방문 비용이 생기는 조건을 적어 두는 게 좋습니다. 업체가 보수를 미루거나 계약 내용과 다른 시공을 했다고 다툰다면 견적서, 계약서, 결제 내역, 시공 전후 사진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도 창호 계약에서 제품 사양과 유리 두께, 설치 시기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도록 권합니다.
제가 견적을 볼 때 확인하는 건 최저가가 아니라 빠진 칸입니다. 제품 사양, 철거, 마감, 추가 작업 기준, 하자 대응이 적힌 견적은 공사 뒤에도 서로 확인할 근거가 됩니다. 창호 시공은 그 근거가 자세할수록 예상 밖의 돈과 실랑이가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