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할 때 견적서부터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

얼마 전 같은 집의 포장이사 견적 두 장을 봤는데, 금액이 40만 원 넘게 달랐습니다. 싼 쪽이 무조건 잘못된 견적은 아니었습니다. 한 장에는 사다리차와 에어컨 분리가 빠져 있었고, 다른 한 장에는 두 작업이 포함돼 있었죠. 이사 준비를 할 때는 총액보다 먼저 작업 범위를 맞춰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견적을 받기 전에 짐과 작업 조건을 적는다
업체에 ‘30평대 아파트 이사’라고만 말하면 견적이 제각각 나옵니다. 같은 평수라도 책이 많은 집, 붙박이장만 있는 집, 대형 가전이 많은 집은 필요한 인원과 차량이 다릅니다. 견적을 요청하기 전 방마다 큰 가구와 가전을 적고, 버릴 물건은 따로 표시하세요. 베란다 짐과 창고 짐도 빠뜨리기 쉽습니다.
출발지와 도착지의 층수, 엘리베이터 사용 가능 시간, 차량이 건물 앞에 설 수 있는지도 알려줘야 합니다. 제가 본 추가금 사례 중에는 짐의 양보다 차량 진입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현장에 와 보니 트럭을 멀리 세워야 해서 운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식입니다. 방문 견적이 어렵다면 출입구와 주차 위치, 큰 가구 사진까지 보내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이사 날짜가 관리사무소의 엘리베이터 예약 시간과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오전에 짐을 빼기로 했는데 엘리베이터는 오후에만 쓸 수 있다면 대기 시간이 생깁니다. 이 조건을 견적 단계에서 알려주면 업체도 필요한 인원과 작업 시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두 견적서는 같은 작업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견적서에서 먼저 볼 것은 차량 크기와 대수, 작업 인원, 포장과 정리 범위입니다. ‘포장이사’라고 적혀 있어도 업체마다 냉장고 내부 정리, 옷장 옷 정리, 벽걸이 물품 탈착을 다르게 취급합니다. 박스와 포장재를 업체가 준비하는지, 이사 후 빈 박스를 회수하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말로 들은 답은 견적서나 문자에 남겨 두는 게 좋습니다.
가령 A업체가 110만 원, B업체가 135만 원을 불렀다고 해봅시다. A에는 사다리차 20만 원과 에어컨 분리 8만 원이 별도이고, B에는 두 작업이 포함돼 있다면 실제 비교 금액은 A 138만 원과 B 135만 원입니다. 이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지만, 싼 견적이 현장에서 뒤집히는 방식은 대개 이렇습니다.
피아노, 대형 냉장고, 돌침대처럼 운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물건은 이름만 적지 말고 크기와 위치를 함께 알리세요. 설치가 필요한 가전도 ‘이동’과 ‘재설치’를 구분해야 합니다. 세탁기를 옮기는 비용에 급수 연결과 수평 조정까지 들어 있는지처럼, 작업을 동사로 쪼개서 확인하면 빠진 항목이 보입니다.
추가금 조건은 이사 전에 문장으로 남긴다
추가금 자체가 모두 부당한 것은 아닙니다. 견적 당시 없던 짐이 늘거나, 도착지에서 차량 진입이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어떤 경우에 얼마가 더 붙는지 서로 다르게 이해한 채 이삿날을 맞는 겁니다. 사다리차 사용 여부, 계단 운반, 장거리 운반, 대기 시간, 가구 분해와 재조립 비용을 항목별로 확인하세요.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비용 발생’이라는 문구만 있으면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을 건물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세워야 할 때 비용이 붙는지, 사다리차를 못 쓰면 계단 운반비가 얼마인지 물어보고 답을 기록해 두세요. 비용이 확정되지 않는 항목이라면 계산 기준이라도 받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계약금과 잔금 지급 시점도 견적서에서 확인합니다. 이사 당일 현장 직원이 처음 듣는 금액을 요구하면 바로 결제하기보다 어떤 작업이 추가됐는지 설명을 요청하세요. 원래 견적서에 포함된 작업인지, 실제로 새로 생긴 작업인지 구분해야 대화가 됩니다. 현장에서 범위를 바꾸기로 했다면 추가 작업과 금액을 문자로 확인한 뒤 진행하는 게 서로에게 분명합니다.
이삿날에는 사진과 작업 확인 순서를 챙긴다
이사 전날에는 귀중품, 계약서, 신분증, 약, 충전기처럼 당장 필요한 물건을 별도 가방에 넣어 직접 보관합니다. 버릴 물건에는 표시를 붙이고, 가져갈 물건과 섞이지 않게 둡니다. 폐기물 처리까지 맡길 생각이라면 이사 업체의 운반 범위와 별개로 비용과 처리 방법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작업 시작 전에는 흠집이 있던 가구와 바닥, 벽면을 사진으로 남겨 두세요. 모든 물건을 촬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파손되기 쉬운 물건과 값비싼 가구, 이동 통로 주변을 찍는 정도면 나중에 상태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도착 후에는 큰 가구의 배치, 가전 작동, 유리와 모서리 파손 여부를 작업자와 함께 확인합니다.
하자가 보이면 ‘나중에 연락하겠다’로 끝내지 말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작업 책임자에게 알리세요. 물건 이름, 손상 부위, 발견 시점을 문자로 남기고 보수나 배상 방법에 대한 답을 요청하면 됩니다. 업체와 의견이 갈릴 때도 견적서, 대화 기록, 전후 사진이 있어야 무엇을 약속했고 어떤 손상이 생겼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사 준비에서 시간을 가장 아끼는 순간은 이삿날이 아니라 견적을 맞춰 보는 때입니다. 같은 짐을 같은 조건으로 옮기는 가격인지 확인하고, 빠진 작업을 미리 적어 두면 현장에서 돈 때문에 실랑이할 일이 훨씬 줄어듭니다.
